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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猫일기

내 고양이에게 묻고 싶은 말.

by 윗쿠리 202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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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향기와 함께 시작된 아침

 

7월 23일 토요일 아침 6시경.

 

쿠리가 우다다다 하며 방으로 들어와 화장실 모래를 박박 긁는 소리에 얼핏 잠이 깼다.

거실이나 베란다에서 놀다가 변의를 느끼면 후다닥 내 방으로 들어와 급히 볼일을 보는 것이 우리 집 고양이 스타일.

 

어제 생산 못 한 맛동산의 구수한 냄새가 콧구멍으로 흘러들어왔다. 

평소같으면 아무리 이쁜 내 새꾸라도 똥냄새는 구려. 란 반응이 나왔을 텐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오늘은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내일도 그렇다. 모레도!!!!  3일간 유급휴가를 냈기 때문이다.

원래는 스탠딩 라이브에 참가하려 받은 휴가였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포기하고 집에서 느긋이 쉬기로 했다.

 

회사에 안가도 되는 날 아침은 고양이 똥 냄새마저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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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안이 세상 전부인 내 고양이.

 

일어나 토스트를 굽고, 냐옹이 밥과 물을 챙겨주고, 베란다에서 아침 경제방송을 들으면서 스트레칭을 한다

 

그런데 우리 집 고양이가 오늘따라 냐냐냐냐 계속 뭐라고 말을 건다. 분위기를 보니 냉장고 위에 올라가고 싶은 것 같아서, 어깨에 태워 올려주었다. 

 

어디 올라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나를 어깨에 태워라 하고 냐웅냐웅 시끄럽게 어필하는 우리 집 상전. 

냉장고 위에 올라가서도 뭔가 자꾸 말하고 싶은 눈치다가, 갑자기 훌쩍 점프를 하더니 캣휠을 미친 듯이 돌린다.

 

나는 항상 할 일이 많고, 쿠리는 항상 나만 바라본다. 언제 놀아줄꺼냐고 냐웅냐웅 징징대고, 어필하고..

회사일, 집안일, 할 일들로 항상 마음에 여유가 없는 나는 쿠리랑 놀기라는 할 일 목록은 언제나 가장 뒤로 미루기 일쑤다. 

 

집 고양이에게 놀이는 개들이 산책하는 것만큼 아주 중요한 일과인 것을 잘 알면서도. 

 

남편과 내가 회사에 출근하고 나면 늘 집에서 혼자 잠만 자고 있는 우리집 고양이. 

그리 넓지도 않은 이 집 안이 세상의 전부인 내 고양이. 

 

너는 행복하니?

길게누워뻗어뒹굴대는뱅갈고양이사진
뒹굴거리는 내 고양이

 

예전 고양이가 고양이 별로 떠난 이후에 나는, 만약 새로운 고양이를 식구로 맞이한다면 매일 3번씩 미치게 놀아줄 거라고 다짐을 했었다.

 

실제로 쿠리를 데려오고 1 년간은 마침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매일처럼 꽁냥꽁냥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실컷 놀아주었다. 새끼 고양이는 움직이는 모든 것에 미치게 반응하니까. 

 

쿠리가 1살이 된 시점부터 장난감에 대한 반응이 시들해지고, 내가 다시 회사에 출근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놀아주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건너뛰는 날도 많아졌다. 

 

어른 고양이가 된 쿠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누워서 뒹굴거리는 것이 일과가 되었고, 나는 내내 그게 마음에 걸렸다.

목구멍 깊은 곳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는 생선가시처럼.

 

우리 집에 와서 내 고양이는 행복할까?  항상 사람이 집에 있으면서, 같이 신나게 놀아줄 언니와 오빠가 많은 그런 시끌벅적한 집에 가서 사랑받으며 살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매일 많이 많이 사랑해 하고 말해주고, 건강히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속삭이니 아마도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고는 있겠지. 

하지만, 반려동물로서 일생을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을 그런 집으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쿠리, 내 고양이에게 묻고 싶다. 너는 우리집에 와서 행복하니? 나는 너와 함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한데.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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